
잠든 아들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
지난주 어느 날 밤이었다. 아들을 재우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처럼 노래를 틀고 아이의 몸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는 어느새 꿈나라로 향했다. 고요해진 방 안. 나는 잠든 아들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작은 얼굴과 고르게 들려오는 숨소리.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아빠가 되어주고 싶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바라는 아빠의 모습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아이가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아빠. 기쁜 일이 생기면 함께 웃고,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는 아빠. 그런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그런 마음이 깊게 다가왔다. 아이가 자라면서 마주할 수많은 순간을 생각했다. 기쁜 날도 있겠지만 힘들고 외로운 날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 마음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잠든 아이 곁에서 시 한 편을 남겼다.
[창작시] 친구 같은 아빠 / 김기천
아빠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단다.
더울 땐 시원한
그늘막이 되어주는
친구 같은 아빠
추울 땐 따뜻한
난로가 되어주는
친구 같은 아빠
힘들 땐 말없이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 같은 아빠
외로울 땐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
그런 아빠가
되어줄 테니
너는 지금처럼
너답게 자라주렴.
<26년 10월 14일 토닥토닥 잠을 재우며>
짧은 시에 담긴 아빠의 마음
시를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 뭉클했다. 화려한 표현도, 특별한 문학적 기법도 없었다. 그저 그 순간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적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짧은 시 안에 내가 바라는 아빠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더울 때는 시원한 그늘막이 되어주고 싶었다. 추울 때는 따뜻한 난로가 되어주고 싶었다. 힘들 때는 말없이 손을 내밀어 주고, 외로울 때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물론 아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할 모든 어려움을 내가 대신 해결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아이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주며,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시의 마지막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너는 지금처럼 너답게 자라주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아이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만의 모습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친구 같은 아빠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도 희미해진다
시간이 흘러 밤이 지나고 다음 날이 되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전날 밤 느꼈던 감정은 조금 옅어졌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느꼈던 뭉클함과 다짐이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조금씩 희미해진 것이다. 문득 생각했다. ‘그때 시를 남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날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한편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 물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밤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는지, 무엇을 다짐했는지는 지금처럼 생생하게 떠올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감정은 참 신기하다. 같은 사람을 바라보더라도 어떤 날에는 평범하게 느껴지고, 또 어떤 날에는 유난히 감사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기쁜 마음도, 슬픈 마음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고마움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온도를 조금씩 잃어간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순간의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난주 잠든 아들을 바라보던 밤이 나에게는 그런 순간이었다.
기록은 그날의 마음을 다시 꺼내는 일
그래서 나는 기록이 좋다.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남기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편지로 쓰고, 때로는 짧은 시로 표현한다. 그 순간의 감정을 오래도록 붙잡아두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남긴다고 해서 그 마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생각도 달라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읽는다면 적어도 그날의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다시 떠올리며 오늘의 나를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남긴 시도 마찬가지다. 훗날 내가 이 시를 다시 읽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나는 지금도 아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로 살아가고 있는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고, 외로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가?’ 어쩌면 그때의 나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건네는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기록은 단순히 지나간 일을 남기는 것만은 아니다. 과거의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는지 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다시 살펴보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에게 남긴 시 한 편은 아이를 향한 마음인 동시에 나 자신에게 남긴 다짐이기도 했다.
언젠가 아들이 이 시를 읽는다면
언젠가 아들이 자라 이 시를 읽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때 아들은 어떤 마음일까. 아빠가 자신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웃음을 지을 수도 있고,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바란다. 아빠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는지,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는지만큼은 전해졌으면 좋겠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지금처럼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토닥토닥 재워주는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함께 보내는 시간과 대화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날 밤의 마음은 시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아들이 이 시를 읽으며 어린 시절의 자신과 그 곁에 있던 아빠를 잠시 떠올려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가지를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아빠는 네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든 너답게 살아가기를 바랐다는 사실을.
함께 생각해볼 질문
사랑하는 가족을 바라보며 문득 마음이 뭉클해졌던 순간이 있는가?
자녀에게, 혹은 소중한 사람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
시간이 흐르기 전에 글이나 편지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훗날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기록을 읽는다면 어떤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는가?
결국 시 한 편은 마음을 남기는 일이다
지난주 어느 밤, 잠든 아들을 바라보며 짧은 시 한 편을 남겼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시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날 밤 느꼈던 뭉클함은 조금 옅어졌다. 하지만 시를 다시 읽으면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떠올릴 수 있다. 그날의 나는 아들에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만의 모습으로 자라가기를 바랐다. 어쩌면 아들에게 시를 남긴다는 것은 그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전해주고 싶은 마음을 글로 남겨두는 일.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마음을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작은 흔적을 남기는 일. 물론 시 한 편을 썼다고 해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일이다. 아이가 기쁜 일을 이야기할 때 함께 웃어주고, 힘든 마음을 털어놓을 때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는 것.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아들도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지난주 어느 밤, 잠든 아들을 바라보며 남긴 시 한 편. 그 시를 다시 읽으며 오늘도 생각한다. 마음이 떠오르는 순간, 그 마음을 기록해두는 일은 참 소중하다고. 그리고 그 기록이 훗날 나와 아들에게 그날의 마음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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