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켜보면 정말 긴 시간이었다.
처음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앞으로 내가 어떤 치료를 받게 될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게 될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씩 치료를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두렵다’는 생각보다 ‘이번에도 하나씩 해내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2024년 10월 1일.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순간부터 내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수술과 회복을 돕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치료를 받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됐다.
남을 돌보던 사람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된 삶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많이 울었다.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될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다시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무섭기도 했고,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씩 치료를 시작하는 일이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얼비툭스와 폴폭스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치료를 받으면서 어느새 치료 횟수가 쌓여갔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이번 치료만 잘 넘기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다.
그렇게 얼비툭스와 폴폭스 항암치료를 총 17회 진행했다.
처음에는 17회라는 숫자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 몰랐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숫자는 단순한 횟수가 아니었다.
17번의 치료를 견뎌낸 시간이었고, 17번 다시 일어나 병원에 갔던 기록이었다.
그리고 치료는 항암치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2025년 4월 14일, 처음으로 IMRT 방사선치료를 시작했다.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그리고 21일과 22일까지 치료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때의 나는 할 수 있는 치료를 하나씩 해나갔다.
2025년 6월은 내게 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시간이었다.
일산샤샤님을 통해 4기 환자도 상황에 따라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고,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7월 8일, 대장과 간 절제술을 받았다.
쉽지 않은 수술이었지만, 그 수술도 결국 해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큰 수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7월 25일, 폐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일주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지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고비였다.
하지만 나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치료를 이어갔다.
8월 14일과 18일, 19일, 그리고 9월 9일과 10일에는 폐에 대한 SBRT 치료를 받았다.
하나의 치료가 끝나면 또 다른 치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이것만 넘기자. 이것도 끝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11월 5일에는 간 RFA 고주파열치료를 완료했다. 이후 간 사이버나이프 치료도 5회 모두 마쳤다.
2025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해였다.
수술을 했고,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고주파치료도 받았다.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2026년이 되었다고 해서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3월 30일에는 간 복강경 RFA를 다시 받았다. 그리고 4월 27일, 폐절제술을 또 한 번 받았다.
계속되는 치료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도대체 나는 얼마나 더 해야 할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하나씩 정리해나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항암치료 역시 이어졌다.
서울성모병원에서 폴폭스와 얼비툭스 17회를 진행한 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폴피리와 아바스틴 16회를 받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엔허투 3회까지 완료한 상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몸이 힘든 날도 많았다.
피곤하고, 속이 메스껍고, 입맛이 떨어졌다. 어떤 날은 하루가 온통 치료와 회복으로 지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그 시간을 지나왔다.
17회. 16회. 그리고 엔허투 3회까지.
숫자로 적어놓고 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치료를 견뎌왔는지 새삼 실감난다.
그리고 2026년 9월, 또 하나의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다.
9월 23일, 대장절제술이 예정돼 있다.
처음 암을 만났던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는 아직 치료 중이다.
하지만 처음과는 다르다. 처음에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면, 지금은 하나씩 지나온 치료들이 보인다.
대장과 간 절제술, 두 차례의 폐절제술, 간 복강경 고주파치료까지. 여러 차례의 수술과 시술을 받았고, 방사선치료와 사이버나이프, 항암치료도 이어왔다.
그리고 이제 또 한 번의 수술을 앞두고 있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예전에 수술 중 심정지가 있었던 기억 때문에 수술을 앞둔 지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나는 그때도 이겨냈다.
수없이 많은 치료를 견뎌냈고, 몇 번이나 큰 수술을 지나왔고, 그때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믿어보려고 한다.
9월 23일 수술도 잘 끝날 거라고. 그리고 이 수술이 내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병원에 가는 날보다 헬스장에 가는 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치료 일정을 확인하는 것보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암이라는 단어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생각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결혼도 하고 싶고, 가족도 만들고 싶다. 일도 다시 제대로 하고 싶고, 아무 걱정 없이 운동하고 여행하면서 살고 싶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를 다시 살고 싶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이미 정말 많은 고비를 넘어왔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하나씩 넘어가면 된다.
수술 하나. 회복 하나. 검사 하나. 그리고 또 하루.
그렇게 하루하루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을 돌아보며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많이도 버텼다. 그래도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2025년의 나도 포기하지 않았고, 2026년의 나도 계속 앞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면서 9월 23일도 잘 지나가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잘 해내자.
※ 이 글은 대장암 환우 카페 ‘암행권’ 회원 긍정또리님이 2026년 9월 21일 게시한 「30대 4기 대장암환자의 지난 2년간의 치료일기」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본문의 치료 경과와 수술 예정 내용은 원문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